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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김삼숙


동양적인 자연을 모티브로 서양의 복식을 잘 조화시켜 세계 패션계에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동양의 빛깔과 문양, 그리고 정서를 디자인하는 따뜻한 여인을 소개한다.
Editor
임효준


20여 년간 패션만을 생각하며 젊음과 열정을 다 바쳤습니다. 세계적인 일본 디자이너 고시노 히로코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선생님의 기본적인 스타일은 지키면서도 새로운 디자인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죠. 책임감과 함께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싫지 않았어요. 정말 프로라 생각하며 일했습니다.”


고집도 장점이 되는 사람

쏟아지는 비에 이제는 우울함 마저 느껴지는 서울 하늘 아래서 반갑게 손을 내밀며 맞아주는 디자이너 김삼숙을 보는 순간,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에 사로잡힌다. 한순간 우울함도 사라져 버렸다. 패션디자이너 김삼숙. 한국인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도쿄 컬렉션에서 실력과 함께 끼를 발산하며 패션계의 굵직한 이미지로 일본에서 성공적인 K-I-M 독립브랜드를 선보이면서 명성을 쌓다가 국내에 들어온 지는 3년 반밖에 되지 않았다.

“패션디자이너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참 드라마틱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유달리 사고뭉치에 여우짓이 보통이 아니었데요. 한번은 어머니께서 아끼시던 한복을 인형옷으로 만들어버린 적도 있어요. 하지만 뭔가를 결정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과감한 성격은 지금의 패션디자이너로서의 모습을 갖는데 한 몫한 것 같아요.”

그가 처음 사회생활을 한 직업은 다름아닌 은행일이었다. 활동적인 그가 정적인 일을 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자유로운 행동에 간간히 사고를 치던 그 숨은 끼를 어찌하랴. 한 순간 그의 미래를 결정지어 버린 사건이 벌어진 곳은 친구의 결혼식장이었다.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패션관계자들을 처음 보았습니다. 저마다 세련된 감성과 함께 멋스러운 자태를 보이는 것에 매료되었죠. 그때 패션 디렉터 일이 참 어울리겠다는 패션디자이너의 말 한마디에 패션을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유학길에 오르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번 마음먹은 것은 곧바로 행동에 옮기는 그다. 그 당시 국내에는 장발단속과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다. 누구보다도 자유스러운 그에게 같은 동양이지만 이국적인 일본에서의 패션공부는 자신의 인생을 건 새롭고 즐거운 도전이었다. 그런 그의 선택은 옳았다. 졸업할 무렵에는 디자이너 공모전에서 유감없는 실력과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곧바로 세계적 디자이너 브랜드고시노 히로코사에 입사하게 된다.

“지금도 그 당시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자신의 성격 중에 장단점을 이야기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장점은 어떤 곳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강한 생명력이라고 이야기했죠. 고집이 좀 단점이라는 말과 함께요. 밤새 직접 디자인한 옷을 입고 자신감 넘쳤던 모습이었습니다.”

고집까지도 믿음직스러운 그를 회사는 바로 OK한다. 그리고 곧바로 찾아온 행운. 2 6개월만에 수석디자이너가 된 것이었다. 그의 열정 못지 않게 인간적인 따스함은 힘든 일본생활에서도 회사 직원들과의 두터운 우정을 쌓을 수 있는 버팀목이 되었다.


정감 넘치는 그는 아름답다

일본 패션계에서 그녀의 성공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결혼도 잊어버리고 프로다운 근성으로 일에 모든 것을 던졌다. 그런 그가 고국,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잦은 해외 출장과 일본에서의 생활로 가족들을 자주 찾아보지 못했어요. 99년 영국 출장에서도 짧은 어머니와의 통화가 마지막이 될 줄은 차마 몰랐습니다. 너무나 슬퍼 눈물이 나지 않았습니다. 후회없는 삶이었지만 이제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집도 언니집 근처에 자리잡은 것이다. 3층짜리 주택으로 1층은 전통적인 앤티크 가구들이 있는 오리엔탈 분위기의 티룸으로, 찾아온 손님과 함께 차를 곁들인 담소를 즐기는 공간이다. 2층은 작업실로 3층은 갤러리로 넓은 정원과 함께 텃밭도 보이는 것이 솔직 담백한 그와 잘 어울린다.

“국내에 들어와서 하루종일 인사동 거리를 돌아 다녔어요. 충분히 쉬면서 우리나라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에 다시한번 놀라게 되었죠.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패션쇼도 경복궁을 배경으로 전통 민화.동양 자수.전통 가구문양 등을 모티브로 하면서 병풍을 만들 때 사용하는 수로 옷을 디자인했었죠.”

인터뷰하는 동안 그녀 주변에는 실크와 쇼콜라라는 강아지들이 갖은 애교를 떨었고 고양이 참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벽면 한켠에는 하회탈과 한국전통 공예품과 전통 고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옷만으로도 누구의 디자인 작품 인지를 알 수 있게끔 자신의 옷스타일을 충분히 살려나가야 할 것 같아요. 배우는 학생들과 관심있는 소비자들의 눈도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이예요. 소박하면서 부드럽고 인간적인 감성으로 사람과 꽃.나무..바다 등 자연을 디자인하고 싶어요.”

디자이너 김삼숙은 너무나 편안하다. 자신이 먼저 편하게 행동하면서 상대방까지도 편안하게 행동하게 만든다. 따뜻한 배웅까지 손수해 주는 그. 하나의 옷을 디자인하는데 있어서도 이렇게 따뜻하지 않을까. 그리움이 깊어가는 가을, 참 좋은 사람을 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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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

하나의 촛불이 백 개의 촛불과 다르지 않는 이유는 “깨어있는 성숙한 시민의 눈물”이기에 그 아픔과 깊이는 똑같은 것입니다. 세상은 꽃을 피우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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