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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성 '방향키를 가진 소크라테스'


어린 시절 연극 한 편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순애, 내사랑>이란 제목으로 구성 자체가 실험적인 키노 드라마였다. 연극과 영화를 함께 보여주어 신선하게 느껴졌다. 연극과 함께 무심코 바라본 높은 객석 위에 앉은 한 사내의 흔적도 기억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사내가 전유성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당시 단순히 교과서에서 시험문제로만 인식하던 연극이 눈앞에 펼쳐질 때의 미묘한 감동은 그 사내와 함께 소년의 추억이 되어 가슴에 남았다. 십여 년이 지난 오늘, 그 때의 그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이름 석자에는 어딘가로 향하는 그런 방향성이 느껴진다. 거울도 방향성을 갖고 있다. 운전 중에 옆과 뒤를 살펴 차선을 바꾸듯이 말이다. 많은 독서와 사색으로 언제나 톡 건드리면 쏟아질 것 같은 사람.

오늘날 개그계의 커다란 산(巨山), 전유성을 만나 잔잔한 삶의 진실을 엿보았다.
Editor_
임효준



거 울_ mirror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한 순간 눈길이 멈춘다.
빛이 모여 있는 은빛 이차원 평면 속 비밀스러운 또 다른가 있다
.
오랜 옛날 인간 조상은 물 위에 비춘 자기 얼굴을 아련한

기억의 조각으로 가슴 속 깊은 밑바닥에 묻어 두고 있었으리라
.
거울의 기원(起源)은 야성(野性)의 물이다
.
오랜 무의식 속에 살아있는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기억들
….
나르시스가 있던 연못처럼

거울은 고스란히 그 비밀을 담고 있다.
비밀은 감추어진 무언가가 아니라 은밀한의 소중함을

새롭게 발견하기 위해 존재한다
.
어느덧 가을 문턱에 서 있는를 발견한다
.
그리고 순수한 자연과 더불어 변화하는 세상이야기를 음미(吟味)한다
.
‘내면과 대화

말이 필요 없다. 자체만으로도 순수하다
.
거울은 깨지지만 물은 깨지지 않는다. 출렁거림이 있을 뿐
,
시간이 흐르면 다시 고요한 정적 속에를 담고 있다
.
거울은 그 내밀함을 이야기한다
.
“고귀한 당신은 태초의 신비를 가진 생명 근원의 한 부분입니다
.”
우리자신이야말로 이 세상 어떤 것보다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다
.




문화방송국 내에 위치한 서점에서 그를 기다렸다. 많은 책표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렇게 많은 메시지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작은 미소가 흘러나온다. 라디오방송 <여성시대>의 오늘 하루분 진행을 끝내고 나오는 그를 만났다.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면 길이 보여

“난 지금까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만 해왔어. 처음 개그맨으로 데뷔했을 때에도 개그맨이라면 잘 웃어야 한다고 선배들이 계속 웃으라고 주문을 해왔지. 하지만 그것 자체도 틀 속에 갇혀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웃지 않았지. 후후

내성적인 어린 시절 책방 아저씨의 칭찬이 좋아서 더 많은 책들을 빌려 읽었다는 전유성. 지금도 많은 독서와 영화보기로 세상을 들여다본다.

“요즈음 사람들은 많은 경쟁으로 불안해하지. 화려하고 멋져보이는 것들만 하려고 하니까 그래. 조금 욕심을 버려봐. 임현식 . 백일섭 . 주현 등 드라마의 아버지 역할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과 어울리잖아. 나도 남들이 꺼리는 노인 같은 역들을 더 좋아했어. 받쳐주는 역할은 조용하지만 오래가지.”

지금도 추천 받는 많은 장
() 자리를 모두 거절하는 것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만 찾아 일하는 전유성만의 성격에서 비롯된다. 그런 그에게 아끼는 물건이 있는지를 묻자 조금의 지체도 없이 20년 동안 간직한 라이카 카메라라고 대답한다.

“멋있잖아”

그의 열린 사고
(思考)는 이제 춤을 춘다.

통일이 되면 말이지. 금강산 밑에 식후경(食後景)이란 음식점을 차릴거야.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하는데() 집에 관심 있어. 그러면 장단점이라고 지어. 아니면 빵집도 좋은 게 있는데 절대 망할 염려가 없어. 안전빵으로 해.”

그와의 이야기가 점점 깊어지면서 계속 떠오르는 일관된 이미지는 방향을 가르키는 화살표
, 방향키, 비디오 재생 플레이 버튼…. 하나의 범주에서 다시 다른 범주로 뛰어넘는 유연한 생각들은 마치 흐르는 물 속에서 헤엄치는 고기마냥 자연스럽다. 기발한 생각의 중심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며 방향성을 가진 추진력은 바로 자기를 아는 힘이다. 개그계의 대부(代父) 같은 이미지는 너무나도 자기를 잘 알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세상은 하고 싶어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것

산악인, 화가, 시인 등 다양한 친구들과 자주 만나 술 한잔에 세상이야기를 안주 삼아 지낸다는 전유성. 오늘 입은 흰색 옷이 마치 신선 같아 보인다.

이번에 <전유성의 코미디 시장>이라는 극단을 준비하면서 코미디언 . 개그맨 지망생들을 모집했는데 난 외모나 재능들을 먼저 보지 않았어. 하고 싶어하는 사람 선착순 100명을 받았어. 왠지 알아? 세상의 작고 큰 모든 일들은 정말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하고 있거든. 재능은 그 다음이야.”

이렇게 구성된 연수생들에게 애정어린 관심과 함께 다른 사람보다 15분 더 노력하는 열정을 기대하는 것이다. 이들은 많은 연습을 거쳐 지방으로 내려가 무려 열흘동안 길거리 공연을 200번이나 소화해 냈단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개그맨 콘테스트나 밤업소가 아닌 시골 시장터나 길에서 펼쳤던 공연. 평범한 생활 속에서 웃음을 찾는 것이 삶을 꿰뚫어 보는 전유성만의 해학(諧謔)일성 싶다.

사람의 생각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변해야 하지. 폭 넓게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끼며 살아야 해.”

점심을 같이 먹으러 방송국 정문을 나가려는데 매미소리가 천지를 흔든다.

시골의 매미는 저렇게 크게 울지 않아. 도시에서는 살아 남기 위해 더 크게 우는 거지. 짝짓기를 위해 다른 매미보다 더 크게 울어야 하는 거야. 목소리가 큰 놈이 이기는 세상처럼 말이야.”

슬프다는 생각이 들 무렵 경찰에게 대드는 사람들도 줄어 들면 좋겠다고 대뜸 말한다. 매미이야기를 하다 질문 중에 바뀌어야 할 것들에 대해 한참이나 지났는데도 문득 생각나서 다시 이야기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전유성이다.

“세상을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남들과 비교하지 말어. 세상 사는 것에 그렇게 특별한 것은 별로 없어. 작은 것들에 행복해 하며 살다 보면 세상은 정말 재미있어.”

 

송병해 '충만된 감성을 소유한 사람'

나르시스의 연못은 단순히 나르시스가 자기의 모습에 반해 빠져 죽은 사건만을 말하지 않는다. 신화의 가치는 그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지혜이다. 진정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어떤 것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술 맛을 논하는데 있어 그 술을 담은 술독의 바닥이 보일 때까지 마셔봐야 한다. 그것은 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뭔가를 알기 위한 진정한 노력이리라. 온몸을 던져 느끼고 싶은 것이 많은 당신은 아름답다. 나르시스의 수선화처럼… . 여기 처음으로 꽃 전문잡지 <플레르>를 창간하고 꽃과 함께 세상이야기를 펼치고 있는 송병해를 만나 그의 향기에 흠뻑 젖어봤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낙비에 온몸이 젖어 버렸다. 만나러 가는 길이 험할수록 이야기 꺼리는 더 알차지는 법이다. 감성의 가치는 소중하다

“처음부터 꽃과 관련된 일을 한 것은 아니었어요. 기업체 관련 인쇄 기획사를 20년간 해오면서 꽃과 관련된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들과 일하면서 꽃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전문 분야에서 그 업계의 전문잡지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 1997 11월 처음 창간되어 7년간 꾸준히 나오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창간하자마자 IMF가 터지면서 믿었던 광고들이 모두 빠져버렸어요. 결국 98 5월 자금이 바닥나며 부도가 났고 도망자 신세가 되었죠. 그것 뿐만이 아니었어요. 그해 12월 직원들이 한꺼번에 그만 둬버렸습니다. 밀린 임금이 원인이었지요. 그 때는 어쩔 수 없는 시기였어요. 조금만 기다려 주기를 바랬는데 내 맘 같지 않더군요.”

99
1월 잡지는 송병해 혼자 만든 것이다. 독자와의 약속을 위해 그는 며칠 밤낮을 새우며 만들었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그만둔 직원들이 함께 뭉쳐 99 2월 껍데기만 바꾼 채 꽃 전문잡지를 만든 거였어요. 정말 나쁜 놈들이죠.”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며 상처를 쓰리게 했다
. 그는 여기서 멈춘다면 정말 자기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당시 충무로에 갖고 있던 필름 현상소를 정리하고 자신의 집을 저당 잡혀 부도를 이겨내게 된다. 하지만 집은 경매 처리되어 넘어가 버렸다.

매일 아침 사우나를 통해 나 자신과 대면하지요. 세상 잣대로 잴 수 없는 것이 이세상에는 많아요. 술수, 통박, 이해타산은 오래 가지 않고 곧 그 속을 보이게 되죠. 깊이가 없어요.”

그는 중학교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감성의 가치를 소중히 간직했고 50년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며 영국의 시인 월리엄 워즈워스 <영혼불멸송>을 통해 시적 감성을 키웠다.

내가 살던 그 당시는 궁핍하고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아주 작은 것들도 소중히 생각하며 아껴쓰죠. 내가 세속적인 것들로부터 조금더 자유스러운 것은 음악을 사랑하고 감성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마음 때문이라 생각해요.”

베푸는 사람은 아름답다.

“외국에 자주 나가 꽃과 관련된 전시회와 학교를 가보면 우리나라는 너무 구조적이고 조형적인 결과물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정작 그들은 기초적이고 아주 생태적인 부분까지 모두 고려하고 있어요. 부럽죠.”

플로리스트란 직업도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단다
.

독일과 영국은 꽃 예술가로, 미국은 꽃집을 경영하는 사람으로, 우리나라는 꽃 디자이너로 생각하면 훨씬 이해가 빠르죠.”

예술과 디자인은 많은 차이가 있다. 디자인은 수요를 생각해 팔릴 것을 만드는 비즈니스적인 면이 많고 예술은 말 그대로 예술인 것이다.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그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말한다.

나눌 수 있고 베푸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이 세상은 향기롭고 좋아지겠죠.”

 

조윤희 '순진한 여우의 당찬 출발'


거울은 순수하다. 어떤 것들도 불평하지 않고 다 비추어 주기 때문이다. 자기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여기 연기자로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비추려고 막 기지개를 펴는 매혹적인 여인이 있다. 거울에 비추어 지듯 솔직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신비로운 여인을 이야기한다.

“그저 평범한 소녀였어요. 남들 앞에만 가면 창피하고 수줍어했죠. 나 자신을 꾸미는 것에도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제는 발랄하고 당차다는 말도 들어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이 더 좋아요.”

매혹적인 그녀는 지금 촬영중

비를 머금고 있던 꿀꿀한 하늘이 어느새 맑아졌다.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잡지모델로 데뷔한 조윤희. 뮤직비디오, 시트콤, 드라마, 가요프로그램 MC에 이어 영화 주연까지 단숨에 내달리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한 순간에 포착되는 모델도 좋지만 긴 호흡을 하며 김보성 . 이종원 같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 하는 영화도 너무 재미있어요. <클래식>에 나오는 손예진 같이 한 영화에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활발하고 청순한 모습을 동시에 소화하며 애절한 사랑을 연기해 보고 싶어요.”

한창 촬영 중인 <최후의 만찬>에서 시한부 인생이면서 명품 마니아로 화려한 첫 신고식을 준비하는 그녀. 벌써부터 손영국 감독을 비롯해 함께 주연을 맡은 선배 연기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영화 촬영 중에 적극 협조해 준 전주시와 전주 영상위원회, 전주경찰서에 대한 보답으로 1일 경찰로 봉사활동까지 펼치는 의리파이기도 하다.

한번은 이틀 동안 밤낮을가리지 않고 촬영이 진행되었는데 끝나고 다른 지방 행사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내려갔단다. 지치고 힘들어 짜증스러울 텐데도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코디와 매니저를 잠재우고 조윤희 스스로가 직접 운전을 했단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배려가 정말 괜찮은 여자 연기자라며 젊은 매니저가 귀뜸한다.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해요. 집에 있을 때는 강아지랑 놀고 인터넷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보내요. 친구들요? 저를 닮아 모두 순수해요.”

스무 두 살의 그녀
.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매혹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이 미소 짓는 얼굴에서 조금씩 배어나온다. 영화 속 배역인 이재림 이야기에 빠져 영화 한편을 봐야만 알 수 있는 숨겨둔 비밀을 말해버렸지만 비밀을 함께 간직하게끔 기자를 믿어버린다. 정말 순진하다. 그 순진함에 말하기 좋아하는 기자 입도 굳어버린다.

진지하게 내 미래를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충실한 삶을 통해 깊이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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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중에 개봉될 영화가 대박을 터트릴 지 그냥 잊혀질 지는 모른다. 영화의 성공보다는 얼마나 조윤희 스스로가 영화 속 연기에 만족하느냐가 먼저다. 연예계가 화려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거울 속에 자신을 비추어 보듯 순수함을 잃지 않는 연기자 조윤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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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

하나의 촛불이 백 개의 촛불과 다르지 않는 이유는 “깨어있는 성숙한 시민의 눈물”이기에 그 아픔과 깊이는 똑같은 것입니다. 세상은 꽃을 피우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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