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시절의 일이다. 밤바람이 마냥 좋고 모든 사물들이 맑고 경쾌하게 느껴지던 가을밤. 문득 한 장군의 말이 계속 꼬리를 물었다.


'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서태지가 <난 알아요>를 열창하고 MBC에서는 <질투>라는 드라마가 한창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던 그 시기에 맥아더 장군의 말이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던 그런 일들
. 왠지 나만의 답을 찾고 싶었던 가을날이었다. 사람들은 신화나 전설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답을 찾는다. 새나 짐승들은 그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야생의 본능에 의해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부모같은 존재들에게 보호받으며 학습에 의해 배워야만 한다.


일찍이 우리 현인들은 신화나 전설 혹은 동화나 우화 속에 삶의 지혜를 담아놓고 그 이야기를 음미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깨우쳐 행동하게 했다
. 그 깊이를 알기는 힘들지만 말이다. 우리들에게는 그만큼 정신적인 가치가 큰 셈이다.


전쟁 속에서 거칠게 살았던 사람
. 삶과 죽음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던 사내가 남긴 말….


시간이 흐른 뒤
, 죽는다와 사라진다의 서술어 차이에서 답을 찾아보았다. 글을 음미해 보면 '죽는다'라는 말은 사람이 태어나서 살다가 죽는, 단순한 사건의 단절이라는 느낌이고, '사라진다'라는 것은 바람이 한줄기 불고 난 뒤에 남는 은밀한 여운 같은, 살아 있는 존재라고나 할까.


노병인 맥아더 장군은 자기 삶을 언제나 슬픈 역사 속에서 살아있는 존재라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 느끼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테지만 비슷할 터이다.


단순히 잊혀지는 삶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삶
, 사라져 있어도 결코 죽지 않는 삶.


다시 가을이 됐다
.

지난날 서태지가 다시 힘차게 머리를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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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

하나의 촛불이 백 개의 촛불과 다르지 않는 이유는 “깨어있는 성숙한 시민의 눈물”이기에 그 아픔과 깊이는 똑같은 것입니다. 세상은 꽃을 피우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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