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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산천(山川)을 수놓은 오색영롱(五色玲瓏)한 꽃들, 그 아름다움에 눈물짓는 사람들.
꽃과 인간은 영원한 미적 동반자이며 인간은 옷을 통해 한송이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중국에는 중국전통 의상인 치파오(旗袍)가 있듯이 한국에는 한복(韓服)이 있다. 한복(韓服) 장인(匠人), 박술녀(朴述女)를 찾아 꽃다운 향기(芳薰)를 음미(吟味)해본다.  

 

 

 


“어릴 적 봄이 오면 뒷산에 피는 진달래꽃을 마냥 좋아했어요. 분홍빛 자연의 색에 매료되고 한복의 아름다움에 빠져들면서 한복과 같이 늙어가는 저야 말로 정말 선택 받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한복을 만들고 한복의 대중화에 힘써온 지 올해로 벌써 34년 째를 맞은 박 선생에게 지난 시절은 치열하면서도 강렬하다.

 

 

“신들린 사람처럼 일을 했어요. 옷 만드는 것 말고는 다른 취미나 여가를 저 스스로에게 주지 못한 삶이었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복이 만들어 준 이름 ‘박술녀’가 있으니까요.”

 

 

한복은 직선과 약간의 곡선이 기본을 이뤄 옷의 선이 아름답다. 특히 여자 한복의 짧은 저고리와 넉넉한 치마가 상박하후(上薄下厚)하여 옷차림이 마치 꽃을 품은 꽃봉오리(花蕾)처럼 단정하고 아담하다.

한복을 입은 자태가 동양적인 생활윤리가 깃든 깊고 그윽한 초연한 멋이 저절로 풍겨 ‘대장금’ ‘동이’ 등 인기드라마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한복의 아름다움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 전통의상인 한복은 한국 대중들에게 외면 받아왔다.


1년에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에만 한 두 번 입는 정도에 그치는 데다 예복으로도 그 쓰임새와 가치를 잃고 있어 구매 의사조차 없는 젊은 남녀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니 한복을 배울 사람들도, 교육 받을 곳도 찾기 어려웠던 시절에 박 선생은 한복과 만난 것이다.

 

 

“문화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요란(搖亂) 떨지만 정작 문화를 지키고 스토리를 담고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들의 모습은 점점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박 선생의 사무실에도 결혼식 때 입을 한복을 구입하러 온 해외에서 살다 온 젊은 여자가 값으로만 한복을 평가하고 소품까지 공짜로 받으려고 했다. 낯뜨거운 장면이었다.

 

 

“선물이라는 것이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드려야 그 좋은 기운이 함께 전해져 행복한 결혼식을 축하하고 부부의 행복한 삶을 기원하는 건데…. 알겠습니다.”

 

 

무례한 손님에게 끝까지 친절함을 유지하는 박 선생에게서 거룩함 마저 느껴졌다.


박 선생에게 한복과 함께한 시간들은 숙명(宿命)이며 사명감(使命感)을 가지고 살아온 삶, 그 자체 인 것이다.

 

 

 

 지난 2014년 MBC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한복과 침구, 그리고 각종 소품을 협찬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웬만한 유명 연예인은 박 선생의 한복을 입고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박 선생은 한복의 대중화와 발전에 함께 해주는 모든 연예인을 비롯한 일반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박 선생은 알고 있다. 한복이 단지 옷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민족이 지키고 보존해야 할 상징이며 신앙과 예술 같은 심미적인 고도의 정신 문화의 표현을 가능케 하는 것임을 말이다.


한마디로 ‘인간을 향기가 있는 온전한 꽃으로 승화시키는 힘’인 것이다.

 



중국사람들도 잘 아는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를 결혼까지 이어준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있다.


정작 수많은 사람들은 제목이 왜 ‘태양의 후예’인지는 모른다. 

 

투철한 사명감으로 온몸을 불사르는 사람은 눈부시다. 태양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군인과 의사가 아니더라도 이 시대에서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귀한 사명감을 갖고 살고 또 그 의지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바로 ‘태양의 후예’인 것이다.


태후 박술녀 선생은 오늘도 눈부신 아침을 맞이한다.

 


"처음 한복을 배울 때 비단 속을 지나는 바느질 한 뜸에도 전율을 느꼈던 처음 마음(初心)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보일 듯 말 듯 한복은, 무조건적으로 몸을 가리는 의상이 아니라 숨은 바느질의 한 뜸처럼 속과 목선을 강조해 더 우아함을 끌어냅니다. 고귀한 한복을 지키고 널리 알리는 일에 저의 모든 것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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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

하나의 촛불이 백 개의 촛불과 다르지 않는 이유는 “깨어있는 성숙한 시민의 눈물”이기에 그 아픔과 깊이는 똑같은 것입니다. 세상은 꽃을 피우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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